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인물이 드러내는 미세한 표정과 피부의 결은 과장 없이 담담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긴 머리카락에 남아 있는 물기와 부드러운 음영의 흐름은 감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느껴지도록 의도한 것이다.

나는 이미지가 말하기보다 숨을 고르는 방식으로 감정을 전달하길 바랐다. 가까운 거리에서 담은 인물의 시선은 특정 감정을 강요하지 않고 보는 이가 스스로 해석할 수 있는 여백을 남긴다. 이 여백이야말로 작품이 가진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색감과 부드러운 흐름을 통해 인물의 고요함을 깨뜨리지 않으면서도 내면의 미묘한 움직임을 드러내고 싶었다. 이 작품은 결국 눈을 맞추는 짧은 순간 속에서 우리가 느끼는 작은 떨림과 그 사이에 머무르는 감정의 온도를 기록한 시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