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젠가 인간이 가장 진실해지는 순간은 깨어 있을 때가 아니라 잠들어 있을 때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것도 지키지 않아도 되는 시간, 세상 어느 누구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는 시간.

그 시간 속에서 피어나는 ‘본래의 자신’을 바라보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한 여인을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담아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은 잔디 위에 놓인 작디작은 깃털 벤치 위에 앉혔다. 그녀가 잠에 들었을 때, 세상은 매우 조용해졌고, 빛마저도 숨을 고르듯 천천히 내려앉았다.

햇살은 그녀의 머리카락과 드레스의 프릴 사이에 잠시 머물며 마치 시간을 살짝 접어 둔 듯한 평온함을 남겼다. 그 순간 그녀는 현실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동시에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다.

나는 그 거리감과 친밀함이 교차하는 지점을 자연스러운 시선으로 기록했다. 테두리는 미묘하게 흐려지고 중심은 더욱 또렷해졌다. 그 흐림과 선명함의 경계에서 그녀의 고요한 내면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작품은 한 사람의 ‘잠’이 아니라, 삶 속에서 누구나 잠시 마주하는 사색의 짧은 틈을 담은 장면이다.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빛이 스스로의 마음 위에 내려앉는 순간.
그 소중한 고요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었다.